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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트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중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일반 축구선수처럼 ‘폭풍 드리블’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아장아장 걸어가던 로봇들이 서로 엉켜 넘어지는 광경에 경기장 내엔 웃음소리가 퍼지기도 했다. 결국 한 팀이 20대 사장 반대편 골대로 공을 밀어넣자 관중들이 크게 환호했다. 마치 진짜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5일 중국 베이징에선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올림픽이 열렸다. 정식 명칭은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으로 전날 개막식을 열고 이날부터 사흘간 본격 대회가 진행된다.
이날 아침 찾은 경기장은 평일 오전 주택구입 취득세 임에도 첫 경기를 관람하려는 사람들과 취재진들로 입구부터 혼잡한 모습이었다. 본인 확인 절차와 짐 검사를 거쳐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장 내 관중들은 학교에서 단체로 온 듯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백발의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다. 로봇 경기를 실제로 보고 싶은 어린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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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트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중 달리기 경기가 열리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하나은행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트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중 달리기 경기가 열리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축구장 크기의 경기장 내에는 시상대와 함께 약 10개로 나눠진 종목별 무대가 마련됐다. 나중에 시상식이 열릴 시상대가 가운데 위치했고 3대 급여 3부터 5대 5 경기를 치를 3개의 축구장과 격투기가 진행될 사각의 링이 들어섰다.
단체 무용이나 높이뛰기, 멀리뛰기에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체조 마루 형태의 무대도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있는 공장, 약품들이 깔린 약국, 호텔 로비 등 각 상황에 맞춰 휴머노이드 로봇의 응용 작업을 시험할 세트도 갖췄다.
오전 9시가 되자 로봇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와 중국 국가 제창을 마친 후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됐다.
첫 경기는 1500m 달리기였다. 제1조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 유명 기업인 유니트리(중국명 위수커지)와 슈즈샨하이, 톈주오, 레라이두이 등 4개 팀이 참여했다. 경기가 시작하자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이 성큼성큼 뛰쳐나갔다.
경기장 내 트랙을 열심히 뛰어간 H1은 7분 10초 28의 기록으로 조별 예선 1위를 차지했다. ‘H1’ 못지않은 주행 능력을 선보인 톈주오의 모델도 7분 13초 37로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슈즈샨하이는 16분 17초대로 3위에 그쳤고 레라이두이는 기권했다.
달리기가 열리는 사이 중앙 무대에선 축구 경기가 일제히 열렸다. 경기에 참여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부분 부스터로보틱스의 모델로 이뤄진 것으로 보였다.
유치원생 정도 크기인 이 모델은 공을 향해 달려가 방향을 전환해 공을 차거나 굴러오는 공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대의 로봇이 움직이다 보니 서로 뒤엉켜 자주 넘어지기도 했다. 로봇들은 넘어지면 스스로 몸을 일으켜 다시 일어나기도 했다. 상황이 여의찮으면 대기 중이던 관계자들이 급히 달려가 세워줬다.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트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중 격투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사각의 링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는 어린 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유니트리의 모델 ‘G1’ 두 대가 글러브를 낀 채 링 안에 서고, 인간 심판의 호출에 따라 서로 주먹과 다리를 날렸다. 타격이 적중해 묵직한 타격음이 발생하자 관중석에선 “와아”하는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3분간 첫 라운드를 치른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서로 다운을 한차례 이상씩 빼앗으며 팽팽하게 대결했다. 당연히 로봇인 만큼 한 라운드가 끝나도 지친 기색이 보이진 않았다.
장면별 시나리오에 따라 로봇 기술을 평가하는 대회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무대마다 로봇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상자를 나르고 의약품을 분류하는 데 여념 없었다.
해당 세트에는 커다란 초시계가 달려있었는데 정해진 시간 내 작업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지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오전 일찍에는 듬성듬성했던 관중석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채워졌고 응원이나 함성 소리도 더욱 커졌다. 베이징에 살고 있다는 한 10대 학생은 “모든 로봇 경기가 다 재미있는데 그중 달리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로봇 올림픽은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장 안의 복도에서는 사람 팔뚝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심사관들 앞에 마련된 큰 테이블 위에서 단체 무용을 선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심사에 앞서 단체 무용 합을 맞추기도 했다.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트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 중 한 팀이 로봇 무용을 연습하고 있다. (영상=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번 로봇 올림픽에서 사람과 같은 수준의 경기력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1500m를 뛰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라인을 벗어나기도 했고 중간에 멈추거나 넘어지는 등 벅찬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스스로 움직이는 게 아닌 원격 조종인 로봇이나 격투기 등에서도 미숙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16개 국가에서 280여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발전의 면목을 알 수 있는 행사였다. 앞으로 로봇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올림픽 신기록’이 어디까지 경신될지도 나중에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행사를 주최한 베이징시 관영 매체인 베이징일보도 공식 웨이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행동이 어린이보다 못할 수 있지만 이번 대회 자체가 중요한 발전”이라며 현재 로봇 기술의 최신 수준과 응용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2025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에서 관중들이 경기를 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명철 (twomc@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