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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살 사람 생겼다니까. 미소지었다. 했다는 나란히나고 자란 한옥 창호지로 걸러 들어온 햇빛, 그 아른거림을 떠올리며 그렸다. 은은하게 스며드는 서승원의 ‘동시성’ 신작들. [사진 PKM갤러리]“절제·금욕·명상,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무념과 침묵을 어떻게 하면 진솔하게 내면화할 건가를 고민하며 그렸습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노화가는 앞뒷장을 빼곡하게 적은 종이를 여러 장 들고 나왔다. “준비 없이 만나는 건 모욕이고 성실하지 못한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서승원(84) 개인전 ‘The Interplay(상호작용)’가 서울 삼청로 PKM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년간 그린 500여점 중 20점을 골라 걸었다. 연하게 스미고 번지는 듯한 그림들이다. 화가는 “빛과 공간, 새희망홀씨 추가대출 공간과 평면, 색과 형, 면의 상호 대칭적인 작용에서 어떻게 하면 통일되고 융합된 세계를 지을 건가 고민한 그림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승원’ 하면 기하학적 추상 ‘동시성’ 시리즈다. 빨갛고 노란 삼각형·사각형 그림은 신세대의 진취적 기운마저 풍겼다. 1963년 기하 추상 그룹 ‘오리진’,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창립 회원 월복리 계산 이다. 국전(대한민국 미술전람회)을 중심으로 한 사실주의와 이에 대항한 앵포르멜(비정형미술)이 대세이던 시절이었다. “1960년 4·19 뒤였다. ‘미술도 새로워져야 한다’ ‘왜 아직도 서구 사실주의 미술에 순응해야 하냐’ ‘한국의 정체성은 뭔가’ 질문했다”고 돌아봤다. “김환기에게 달, 이중섭에게 소, 박수근에게 한국의 가난한 여인들이 있다면 내게는 나고 청소년무료상담 자란 서울 한옥의 문풍지로 스며들고 걸러지는 빛, 한 겹 두 겹 덧바른 흰색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익대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후 교수로 재직했다. 1975년 일본 도쿄화랑의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 전에 박서보·허황·이동엽·권영우와 함께 참여했다. 2023~24년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L 겠습니다 A 해머미술관을 순회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 초대됐다. 영국 브리티시 뮤지엄, 구겐하임 아부다비,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자 대고 그린 그림”이라는 말까지 듣던 각진 그림들은 2000년대 들어 변했다. 반듯하던 도형은 경계를 잃고 연하게 번지고 스며들었다. “철저하고 정확하다며 화단에서도 ‘무 적금이자계산 서운 놈’이라 했다. 그림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50대가 되면서 바뀌었다”며 “그림도 각을 잃고 면과 색, 형을 흐트러뜨리고 스며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림은 은은하게 스며들지만 철저함은 버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점심으로 팥빵·소보로빵 하나씩 싸 들고 작업실에 종일 틀어박힌다. “바탕을 십 수 번 칠한다. 캔버스 두드리면 북소리가 날 정도, 그래야 발색이 제대로 된다”고 설명한다. 완성 후 그림 옆면까지 다 칠해야 직성이 풀린다. 완성작에 제작 연도와 날짜 들어간 일련번호를 메기고 사진을 찍어둔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제작 노트가 있다. “내 작품의 호적초본이다. 이것이 내 작품에 대한 습관이요, 작품 소장의 애정이요, 보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일지 모르겠지만 침묵 속에 아직 못 이룬 것, 한국적 정체성에 대해 좀 더 해보겠습니다.” 7월 12일까지. 무료.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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