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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들었다. 피아노 하는 단단한 본사에 것을━ [곽재식의 세포에서 우주까지] 문명의 발전과 미래 요즘이야 인터넷을 이용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얼굴을 보면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통신 방법은 편지를 보내는 것 정도였다. 그나마 조선 시대에 우체국 같은 기관이 활성화되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편지 배달을 시킬 사람을 적당히 직접 구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 오랜 세월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그런데 조선 시대에는 일종의 ‘생활의 지혜’처럼 편지를 빨리 보내는 특별한 방법 한 가지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이의 핵심은 집안의 하인에게 편지를 보내라고 심부름을 시킬 때, 그 하인의 팔을 뒤로 꺾거나 앞으로 접게 하고 몸통에 줄로 고통이 느껴질 정도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연장 로 묶어 놓는 것이다. 조금 더 ‘정성’ 들여 이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묶어 놓는 줄에 어떤 독특한 표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편지가 빨리 간다는 뜻일까. 혹시 팔을 묶어 놓으면 그만큼 다리에 힘이 집중되어 심부름하는 하인이 더 잘 걸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봉비, 『고려사절 외국계제1금융권 요』 등 기록에도 나와









입에는 장죽을 물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든 1920년대 우편배달부의 모습. 과거 조선시대에는 노비에게 편지 심부름을 시 당신은사랑 킬 때, 편지를 빨리 보내기 위해 노비의 팔을 뒤로 꺾거나 앞으로 접어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몸통에 묶는 ‘봉비’라는 풍속이 만연했다.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나는 어지간한 현대의 사금융권대출 한국인은 이 조선 시대 방법의 원리를 상상하기도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땅에서 살던 같은 민족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사회를 보는 옛사람들 눈으로 볼 때만 이 방법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팔을 줄로 묶어 놓으면 편지가 빨리 가는 이유는 심부름을 시킬 때 편지 배달을 마치고 돌아와야만 묶 노동부 퇴직금 계산기 은 줄을 풀어 준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팔이 아픈 것이 싫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편지를 배달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팔을 줄로 묶으면 편지가 빨리 가는 진짜 이유는 심부름하는 사람은 노비이고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은 그 노비의 주인인 상전이기 때문이다. 옛날 노비 주인들은 자신의 노비가 편지를 들고 먼 길을 떠나면 간만에 자유롭게 세상 구경을 하며 쉬엄쉬엄 걸어 다닐 거라고 걱정했다. 그래서 팔을 묶어 놓을 때 그 줄에 정교하게 특별히 표시해 둔 사람도 있었던 것이다. 만약 노비가 팔이 너무 아파서 몰래 자기 손으로 묶어 둔 것을 풀었다가 다시 묶는다고 하더라도 미리 표시해 둔 것이 있으면 알아볼 수 있었다. 주인이 처음 묶어 두었던 모양 그대로 아주 정확히 묶지는 못했을 테니 표시가 어긋나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조선 시대에는 ‘팔을 봉한다’고 해서 흔히 ‘봉비(封臂)’라고 불렀다. 봉비는 상당히 널리 퍼진 풍속이어서 조선 초기부터 조선 후기까지 많은 사람이 활용했다. 『앙엽기』 『목민대방』 『송와잡설』 『난중잡설』 같은 다양한 책에 이 수법이 실려 있다. 『고려사절요』 등의 역사 기록을 보면 이미 고려 시대에도 이 방법은 있었던 것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를 긍정적으로 이야기한 글도 꽤 많다는 점이다. 잔인하고 사악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기보다는 자기 노비가 남의 집에 가서 괜히 오래 머무르며 폐를 끼치는 일 없이 빨리 오게 되는 방법이니 예의 바르고 검소한 방법이라는 식으로 서술한 글도 보인다.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라면 아무리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옛날의 봉비 같은 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21세기에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신 수단은 인터넷인데 집에 인터넷이 고장나서잘 안 된다고 해서, 인터넷 수리 기사가 오면 팔 한쪽을 묶고 “인터넷이 다 수리되면 팔 묶은 것을 풀어 주겠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흔히 세상이 점차 비인간적으로 변해 가고 있고 사람들이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노비 제도가 당연한 상식이고 신분 제도에 맞춰 세상을 살아가던 옛 시대에 비해 현대는 훨씬 더 나은 곳으로 성장했다. 한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큰 흐름에서 보면 분명히 인권·평등·자유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과거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간단하게는 먹는 음식에서부터 잘 드러나 있다. 농협중앙회의 자료를 보면 1970년 한국인의 1년 평균 육류 소비량은 5.2㎏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023년 이 수치는 60㎏을 넘었다. 1970년에 비해 2023년은 한국인이 10배 이상 고기를 먹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부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1년에 고기를 1000㎏, 2000㎏ 먹을 수 있을 리는 없으니 이 숫자가 늘어난 것은 정말로 모든 사람이 대체로 고기를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졌다는 뜻이다.

한국인 1년 육류 소비 60㎏, 50년새 12배









문명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70년대 여섯 곳에 불과했던 서울 공공도서관은 2024년 212곳에 달한다. 서울 별마당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현대 문명의 발전이 그저 물질적인 소비의 증가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도서관연구회의 자료를 보면 1970년대 말 서울에는 여섯 곳의 공공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24년 서울의 공공도서관 숫자는 212곳에 달한다. 고전을 읽거나 마음의 양식을 즐기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도서관 숫자는 30배가 넘게 늘어나 그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풍부한 기회를 주고 있다. 내 아버지는 어릴 적 학교에 가서 음악 시간에 난생처음으로 레코드판에 녹음된 음악을 틀어 주는 것을 듣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도 있을 수 있구나”라고 감탄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음악 한 곡 정도 찾아 듣는 것은 너무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구든 스마트폰으로 연주자를 검색하면 그 음악을 무료로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의 힘과 그것을 활용해 성장해 나가는 경제적인 풍요는 분명히 세상을 좋은 곳으로 이끌어 왔다. 우리가 엉뚱한 극단주의에 빠지거나 무의미한 증오로 그 힘을 파괴적인 용도로 쓰지만 않는다면 현대의 문명은 앞으로도 꾸준히 더 발전해 나갈 여지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문명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가치 역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사람 팔을 줄로 묶어 놓고 편지를 배달하던 시대에서 인터넷 통신의 시대로 발전해 온 사례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나는 요즘 주로 선진국에서 나온 주장을 정리한 글이라든가 문학 작품을 읽다가 이러한 흐름을 부정하는 시각 또한 의외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으며 다양한 면에서 문명은 쇠퇴해 가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한쪽에서는 꽤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의견에 따르면 인류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고 인류의 지성과 문화는 점차 퇴보해 나가고 있으며 환경이 파괴되고 인권 의식도 갈수록 낮아져 간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서로 따뜻하게 보살펴 주곤 했는데 지금은 갈수록 사람들이 점점 비정해지고 있고 세상이 더 각박하고 위험한 곳으로 변해 간다고 호소할 때 이런 의견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현대 문명에 대한 극단적인 염세주의나, 세상의 발전을 그 뿌리에서부터 부정하는 발상은 감각의 왜곡에서 오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해결된 문제보다는 지금 닥친 문제와 닥쳐올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언론이나 정보 매체에서 인기 있는 이야기도 우리가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해 온 그 많은 성과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뜨이기보다는 문명의 쇠퇴에 대한 두려움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 매체의 자극적인 표현이 점점 강해지는 세상에서 이런 왜곡은 더 심해진다.
급한 문제에 더 주목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노력과 관심으로 세상이 점점 더 좋은 곳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지 않기 위해서 애쓸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빠른 시간 동안 선진국으로 성장하면서 저소득국가 시절의 과거와 선진국의 현실을 함께 기억하고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러한 발전의 경험을 더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퍼뜨리고자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지고 있는 세상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끌어낼 수 있는 계기이거니와, 무엇보다 그것이 우리에게 항상 희망이 있음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곽재식 작가·숭실사이버대 교수. 공상과학(SF) 소설가이자 과학자. 과학과 사회·역사·문화를 연결짓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괴물 백과』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을 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화학을 전공, 연세대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