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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리나라에선 5천원이면 ‘별다방’(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 아님에도 스타벅스 커피는 한해 세계적으로 40억잔이 팔린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호품인 커피는 현대 사회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기후변화 영향으로 커피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면, 우리는 과연 지금처럼 커피를 입에 달고 살 수 있을까? 미국 국립과학원, 오스트레일리아 기후학회 등이 극단적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 아래 따져본 커피 생산량 및 재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채용 지 감소 연구에 근거해, 비교적 가까운 2040년 커피의 미래를 가상으로 그려봤다.

2040년 6월 어느 날, 일주일 넘게 이어진 40도 무더위에 지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한다. 한잔에 4천원이던 20년 전 입에 달고 살던 커피지만, 이젠 큰맘 먹고 시키는 1만5천원짜리 ‘금피’(금값 커피)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지급기간 앞으로 10년 뒤면 커피 한잔 가격이 2만원을 넘길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난리’는 세계 최대 커피 산지였던 브라질에서 시작됐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에서 3대째 커피 농사를 해온 헤나투 시우바는 2020년대 ‘이상기후 3연타’를 맞은 뒤 커피 농사를 접겠다고 마음먹었다. 줄곧 오르는 지구 기온 때문에 할아버지 때보다 200m 높은 지 현대 구매프로그램 대로 재배지를 옮겼지만,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은 되레 30% 줄었다. 2021년 7월엔 최악의 서리 피해로 커피나무 절반이 얼어 죽었다. 다시 심은 나무가 꽃을 피운 2024년 10월에는 가뭄 뒤 폭우가 내려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
전세계 커피 수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던 브라질의 이상기후 피해는 국제 원두 가격 급등으로 직결됐다. 브라질 삼성카드 홈페이지 의 원두 수출량이 10%가량 줄면서 파운드(0.45㎏)당 1달러 초반대였던 국제 원두 선물가격(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은 2달러로 급등했다. 원두 수출량이 정체한 사이 늘어난 커피 수요와 시장 불안이 겹쳐 2025년 상반기엔 선물가격이 4달러를 넘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파산면책후은행거래 브라질 지역의 극심한 가뭄피해로 커피나무 열매들이 말라 죽는 피해를 겪었다. AP


문제는 이것이 전 지구적 ‘커피벨트’ 붕괴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이다. 평균 기온 20도 내외, 연간 강수량 1500㎜ 안팎으로 기후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적도 주변 고산지대는 기후에 예민한 커피나무를 재배할 최적의 입지였다. 그러나 지구 온도는 계속 높아졌고, 농가들은 재배지 고도를 높이고 고온에 잘 견디는 개량 품종도 심어봤지만 한달 걸러 반복되는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이었다. 평균 기온 ‘2도 상승’이 기점이었다. 이후 커피나무는 커피벨트에도 뿌리내리지 못했고, 커피 농가들은 커피 대신 고온에 강한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다.
기후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커피 멸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전보다 2도 더 오르면 남아메리카 지역 커피 재배지 50%가 줄어들 거란 연구, 2050년 ‘지구열탕화’로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이 최대 88%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등이 결국 현실이 됐다. 연구자들은 자연재해가 일상화할 2080년을 커피의 최종 멸종 시점으로 보고 있다.
커피벨트의 붕괴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먼저 원가 상승을 견디지 못한 저가 커피전문점과 동네 카페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커피 한잔당 원두 원가가 몇년 사이 5배 이상 급등해 임차료, 인건비를 뛰어넘으면서,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지속된 결과다. 치킨집보다 두배 더 많던 카페 사장들이 거리로 나앉자 전체 자영업 시장이 출렁였고, 한때 국내 2천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던 글로벌 프랜차이즈조차 매장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온실(하우스) 재배가 대안으로 떠오르긴 했다. 유리온실 안에서 1500m 고산지대의 온도·습도·토양 환경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스마트 농법’이다. 2030년 커피 생산량이 30% 급감한 ‘커피 파동’ 이후 본격화했다. 최근엔 브라질조차 커피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려 ‘하우스 특화 작물’로 지정했을 정도다. 그러나 노지 생산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생산 원가가 10~20배 높고 생산량이 적어 이전처럼 ‘고품질로 값싸게’ 재배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한때 커피로 크게 돈을 벌었던 글로벌 식품 기업들은 이제 커피 멸종에 대비한 ‘대체 커피’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커피나무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기에서 성장시켜 원두 성분을 추출하는, 이른바 ‘식물배양커피’가 대표적이다. 아예 ‘커피 없는 커피’도 나왔다. 보리와 녹두, 해바라기씨, 버섯 등을 이용해 커피와 같은 성분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커피 열매에 있는 미생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직 많은 소비자가 “생두의 진한 맛과 향을 못 따라간다” “맛이 너무 밍밍하다”며 혹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면 모르겠으나, 한때 ‘대체 고기’들이 그랬듯 대체 커피들은 소비자의 환영을 받을 만큼 저렴하진 않다. “차라리 좀 더 내고 1만5천원짜리 진짜 커피를 사 먹겠다”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 한잔 가격이 2만원, 3만원까지 치솟게 되면, 전세계 ‘커피 인구’는 또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사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커피 같은 기호품의 종말은 앞으로 본격화할 전 지구적인 ‘식량 부족’의 전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커피와 포도주, 초콜릿 같은 기호식품들이 우리 일상에서 점점 사라지는 건 ‘신호탄’”이라며, “기온 1도 상승 시 곡물 생산량이 10% 줄어드는 추세가 명확해지면서 식량 부족과 인류 멸종까지 걱정해야 할 때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차상화 두베이커피농장 대표가 지난 3월 말 전남 화순 커피 농장에서 커피나무를 손질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기후변화 더 심해지면 커피도 하우스 작물 돼”

두베이커피농장 차상화 대표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면 커피는 하우스 작물이 되겠죠.”

지난 3월 전남 화순 두베이커피농장에서 만난 차상화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3만㎡ 규모 유리온실에선 2만2천그루의 커피나무가 자란다. 그는 최근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등 커피 주요 재배지에 닥친 이상기후로 커피가 조만간 고가의 기호식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리온실은 커피 멸종에 대비한 실험실 같았다. 하얀 커피 꽃을 피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깥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쌀쌀한 봄이었지만, 온실 안은 열대의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커피나무가 가장 쾌적해하는 1500m 고산의 환경으로 온도·습도를 맞췄다. 무더운 여름철엔 에어컨 대신 차가운 물을 이용한다. 물을 아래로 분사하면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는데, 이 공기를 팬을 통해 빼내는 자연 냉풍 순환 방식을 써 25도 아래 온도를 유지한다. 브라질, 에티오피아의 농장 흙 성분과 유사한 양분과 미생물도 온실 안에 그대로 재현해 병충해를 최소화했다. 기술을 이용해 커피 생육에 치명적인 폭염, 폭우, 혹한 등 이상기후 변수를 완전히 차단한 환경이다. 차 대표는 2017년 커피 불모지인 한국에서 온실 커피 재배를 시작한 뒤 한해 10톤이 넘는 국산 아라비카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차 대표는 온실의 습도를 높이며 “커피나무는 사춘기 아이보다도 예민한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원두 나무는 해발고도 1천~2천m 고산지대의 따뜻한 우기 조건에서 꽃을 피운다. 꽃이 핀 뒤 열매가 익는 9개월 동안은 18~24도 평균 기온과 습하지 않은 건기가 유지돼야 양질의 원두를 얻을 수 있다. 열매가 익을 무렵 널뛰는 기온이나 강수량 변화는 커피 생산량뿐 아니라 나무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최근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등에서 서리와 가뭄·홍수 피해로 커피 수확량이 급감하거나 나무가 썩어 죽는 피해도 이상기후 영향이었다.

차 대표는 “노지 원두는 1등급 원두가 20%를 웃도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기후변화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온실의 고급 원두 생산 비율은 50%가 넘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리온실이 미래의 ‘작은 커피벨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하우스 재배로 바뀌는 경우 커피 가격 급등은 불가피하다. 시설·운영비가 노지보다 10배에서 30배까지 높다는 게 커피업계 설명이다. 한국 면적보다 넓은 전 세계 11만km² 규모의 커피 재배지를 모두 하우스 시설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차 대표는 “노지 재배량이 줄수록 일상에서 커피를 마실 기회는 줄게 된다. 온실 재배는 비싼 사치재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