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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66)은 침대 한쪽에 쪼그려 앉아 알약을 세기 시작했다.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약을 손바닥에 쏟아 알알이 만지며 개수를 헤아렸다. 하나, 둘, 셋, 넷… 열여섯, 열일곱. 심장내과, 척추외과, 신경정신과. 열차처럼 칸칸이 이어진 약포지가 방바닥에서 바스락댔다.
미경은 흰 알약 더미 속에서 새끼손톱보다 작은, 둥글고 푸른 약을 찾아내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트리아졸람. 복용하면 10시간 정도 꿈도 꾸지 않고 잘 수 있다. 생수 뚜껑을 따려고 했지만 땀이 배어 나온 손이 자꾸 헛돌았다. 약은 한 번에 이세로 삼켜지지 않았다. 세 번에 나눠 먹어야 했다. 500mL 생수 한 통이 순식간에 비었다.
20분 남짓 지나자 약 기운이 돌며 몸은 물에 적신 수건처럼 축 늘어졌다.
“망할 년, 혼자만 살아서…”
한 달 전부터 귓가에 맴도는 속삭임을 피해 미경은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도망쳤다.
적금담보대출바람과 함께 오다
3월 25일, 경북 영덕군 변두리의 작은 실버타운. 비품창고에서 성인용 기저귀를 챙기던 미경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요양보호사인 그는 퇴근 후 남편과 저녁을 먹으러 가다가 대피해야 할 수도 있으니 돌아와 짐을 같이 싸달라는 실버타운 원장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빈속으로 복귀한 참이었다. 이곳 근무 4년째 하반기 채용 지만 퇴근했거나 휴무인 직원까지 전부 불러들인 건 처음이었다.
“쌤,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꼬르륵 소리를 들었는지 옆에서 담요를 개던 동료가 말했다. 미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버타운은 여유로웠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당직 보호사 둘만 남기고 텅 비던 곳이 북적대자 한 노인은 “소풍 가는 거냐”고 했 외환은행 노조 다. 원장 전화를 받고 잔뜩 굳은 채 돌아온 직원들의 표정에서도 잠시 그늘이 걷혔다.
앞마당엔 직원들이 끌고 온 승용차 6대의 트렁크가 활짝 열린 채 주차돼 있었다. 기저귀를 실으러 나온 미경은 주변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했다.
“3월에 뭔 바람이 이렇게 쌩쌩 불어?”
비슷한 시각 실버타운 원장 남지승(5 강남 직장인 영어 8)은 노인들이 머무는 생활동에서 바로 옆 사무실로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생활동에서 챙길 비품과 담당을 지정하고, 정리된 물건들이 어떤 차량에 실릴지 살핀 직후였다.
이곳의 노인은 21명. 대부분이 치매를 앓고 있고 다리를 쓰지 못한다. 대피하려면 기저귀부터 소변줄까지 챙길 게 산더미였다. 야간 당직 보호사 두 명으론 어림도 없다고 생각해 복귀 가능한 전 직원에게 소집령을 내렸던 이유다.
‘주변이 왜 이렇게 환하지?’
몇 분 전과는 딴판이었다. 차량 전조등이 켜졌나 싶어 창문에 눈을 대고 사무실 밖을 살폈으나 뒤뜰은 비어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니 밤 8시 4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동이 트듯 산 너머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3월 25일 밤 강풍을 타고 경북 청송에서 옮겨 붙은 대형 산불이 산을 넘어 영덕읍으로 번지고 있다. 독자 제공
몇 초 뒤 지승의 눈에 집채만한 시뻘건 불덩이가 실버타운 뒷산 봉우리를 넘는 모습이 들어왔다.가느다란 막대 모양의 불덩이 수십 개가 나무 둥치에 바바바박 박혔다. 중국 무협 영화나 사극에서나 보던 불화살 같았다. 온몸으로 불화살을 받아낸 나무에선 휘발유를 끼얹은 것처럼 불길이 솟아올랐다.
지승은 사무실을 뛰쳐나와 생활동 문을 열어젖혔다. 원장이 사색이 된 얼굴로 뛰어 들어오자 짐을 싸던 직원들의 잡담 소리가 뚝 끊겼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산불이 순식간에 영덕까지 집어삼킨 건 바람 때문이라는 걸 지승은 며칠 뒤에야 알았다. 3월 27일 경북 대형 산불의 확산 속도가 역대 최고로 빠른 시간당 8.2km에 달한다는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 발표가 있었다. 시간당 8.2㎞는 사람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그곳에 갇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실버타운 앞마당은 직원 열댓 명과 침대 밖으로 끌려 나온 노인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숲에 깔린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여 모든 차량에 시동을 걸어 전조등을 켰다.
“어르신…, 어르신도 힘 좀 줘요.”
차량 뒷문 앞에 휠체어를 끌어다 놓고 90㎏이 넘는 노인을 옮기려 애쓰던 간호사는 눈물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휠체어를 밀었고, 걸음이 느린 노인 양쪽으로는 2인 3각 하듯 부축해 하나 둘, 하나 둘 힘겹게 차로 이동했다.
챙기던 기저귀도 내팽개치고 나온 미경은 요양원 마당에 엉거주춤 서있는 박씨 할머니 손을 끌고 가장 가까이 있는 차로 내달렸다. 작은 벌레 떼처럼 불씨가 흩날려 10m쯤 가는데 몸을 몇 번이나 웅크려야 했다.
연기라도 들이마실까봐 할머니 입을 막고 차문 앞에 도착해 안으로 옮기려는데 할머니 몸은 나무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미경은 엇비슷한 키의 할머니를 들어 올리다시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산을 기어 내려온 불이 실버타운 쪽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직원들 발길은 더 빨라졌다.
“출발해, 얼른!”
누군가 미경을 낚아채듯 붙들어 승용차 뒷좌석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조수석에 하나, 뒷자리에 셋. 다닥다닥 붙어 앉은 노인들은 숨만 죽였다. 미경의 팔과 바짝 맞닿은 정씨 할머니의 가슴 밑에서부터 빠르게 뛰는 심박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아는 얼굴인 걸 확인하곤 미경을 향해 활짝 웃었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후배 보호사가 뛰어 들어왔다. 백미러를 본 후배의 눈이 미경과 마주쳤다. 말을 주고받을 틈도 없었다. 후배가 바로 액셀을 밟았다. 핸들 잡은 두 손에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미경은 옆에 앉은 정씨 할머니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등을 살살 문질러 줬다. 어쩌면 자신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불에 탄 나무가 우두둑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숲속 사잇길로 차량이 들어섰다.
“악!”
운전석 앞 유리를 때린 불덩어리에 후배가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자 차는 도로 옆 도랑에 처박혔다. 용을 쓰며 액셀을 밟았지만 헛바퀴만 돌 뿐 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창 밖에선 불덩이가 싸락눈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배가 흐느꼈고 노인 넷과 미경도 울기 시작했다.
‘일단 바퀴부터 도랑에서 빼야 해’. 머리가 하얘진 와중에도 미경은 가장 먼저 남편을 떠올렸다. 운전을 못하는 아내를 아침저녁 실버타운으로 출퇴근시켜준 남편이었다. 남편이라면 방법을 알 것 같았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 단축번호 ‘1’을 눌렀다.
송전탑이 타다
영덕읍 큰딸 집에 있던 김희담(69)도 미경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30분 전쯤 아내에게 ’언제 데리러 갈까’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재난문자가 왔다. 50㎞도 더 떨어진 청송을 태운 불이 영덕으로 번졌다는 내용이었다. 희담은 다시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는 가다 끊기고 가다 끊겼다. 그렇게 14통째였다. 송전탑이 타버려 통신이 먹통이 됐다는 사실은 나중에 뉴스를 통해 알았다.
‘아내가 남을 구하다 빠져나오지 못한 건 아닐까.’
아내는 그런 사람이었다. 20년째 동네 어르신들 끼니를 살뜰히 챙겼다. 막내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반에 부모님이 안 계시는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소풍 전날 밤을 새워 김밥 수십 줄을 말아 건넨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남부터 챙겼을 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휴대폰만 붙잡고 있을 순 없었다. 희담은 승용차에 올라 요양원으로 차를 몰았다.
산불 공중진화대원들이 3월 26일 새벽 경북 청송 산불 지역에서 야간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그 시각, ‘이렇게 죽는구나’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엉덩이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져 미경은 현실로 돌아왔다. 창문에 얼굴을 바짝 대고 내다보자 뒷바퀴에 불이 옮겨붙었다. ‘이거 가스차였던 거 같은데…’
“내려! 차에 불붙었어!”
밖으로 뛰쳐나온 미경은 운전석 뒷자리 문가에 쪼그리고 앉은 손씨 할머니를 차량 밖으로 끌어냈다. 다리를 못 쓰는 작은 체구의 몸은 천근 같았다.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차 안에 부연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눈동자 세 쌍이 미경에게 꽂혔다. 허우적대며 뻗어오는 손도 보였다.
후배까지 합세하고 나서야 겨우 손씨 할머니를 들어올릴 수 있었다. 사방이 불바다였다. 불길이 미치지 않은 곳까지 약 20m를 걸어 나와 할머니를 내려놓곤 둘은 다시 차 쪽으로 뛰었다. 돌이 박힌 발바닥이 화끈대며 쓰렸다. 신발이 벗겨진 줄도 몰랐다.
갑자기 차량에서 ‘펑’ 폭음이 들렸다. 폭죽 터지듯 불꽃이 튀었다. 불이 차 전체로 옮겨붙는 건 순식간이었다. 몇 초 뒤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면서 미경도 고꾸라졌다.
부서진 유리가 사방에 튀고 차체 틈새로 혓바닥 같은 불길이 널름거렸다. 폭발에 귀가 먹먹해졌지만 불이 지글대며 차를 태우는 소리는 또렷했다. 불에 휩싸인 차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더니 주저앉은 미경의 눈과 코로 따갑게 파고들었다. 그때였다.
“아아아악!”
쥐어짜는 듯한 비명이 귀청을 때렸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온몸에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오싹해져 미경은 바닥에 고개를 박고 벌벌 떨었다.목이 아파왔다. 목구멍으로 침이 아니라 진득한 피가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깨달았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미경 자신이었다.
불을 뚫고 불에 막히다
지승은 불타는 숲 한가운데 있었다. 실버타운 앞마당까지 옮겨 붙은 불을 본 차들이 서둘러 출발한 직후였다. 직원들에겐 읍내 교회에서 보자고 미리 일러 뒀다. 실버타운을 빠져나가는 도로는 커브가 심하지 않고 쭉 뻗어 초보 운전자도 쉽게 오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운전대를 잡은 지승의 눈엔 한 치 앞이 안 보였다. 이곳이 숲인지 숲을 빠져 나온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빨갛게 타는 불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산의 윤곽이 언뜻언뜻 보였다가 사라졌다. 지승은 앞서 간 차의 붉은 브레이크등만 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흡…”
나무가 휘청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자 나뭇잎을 태우던 불씨가 따발총처럼 창문을 때렸다. 숨이 턱 막혔다. 강풍에 휙 날아온 불덩어리가 마른 나무에 떨어지자 불기둥이 솟았다. 불덩어리가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떨어졌으면 아마 지승이 탄 차가 통째로 탔을 것이다. 불붙은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희담은 영덕읍 남쪽, 바다를 따라 난 7번 국도로 향했다. 4년간 아내를 데려다 주며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었는데 이날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로 초입부터 비스듬하게 주차된 순찰차와 유도봉을 든 경찰관에 가로막혔다.
“불 때문에 더 못 들어갑니다, 돌아가이소!”
“아내가...”
희담의 목소리가 떨렸다.
“못 빠져나온 것 같아요….”
희담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털어놓자 경찰관은 움찔했으나 이내 단호해졌다.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희담은 끓어오르는 속을 눌러담은 채 심호흡을 하며 차를 돌렸다. 길을 열어라 말라 실랑이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실버타운으로 가는 길은 하나 더 있었다. 희담은 속도를 내서 읍내로 되돌아간 다음 북쪽으로 트인 샛길로 빠져나갔다. 왼쪽에 화림산, 오른쪽에 달봉산을 끼고 달린 지 5분도 채 안 됐을 때였다. 다시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이 시간이면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해야 할 도로 양옆으로 바싹 붙은 숲이 타올라 대낮처럼 밝았다.
‘불 피하러 교회 가기로 했다네.’
아까 요양원으로 데려다 주던 길에 아내가 지나가듯 했던 말이 퍼뜩 생각났다. 눈앞에서 일렁이는 불을 노려보며 희담은 차를 돌렸다.
교회 주차장은 그을린 차들로 가득했다.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쁜 숨을 쉬는 노인들과 그들의 얼굴에 내려앉은 재를 닦아주는 직원 대여섯 명이 보였다. 언젠가 아내가 사진을 보여줬던 원장 지승도 그 속에 있었다.
“김미경씨 여기 있습니까?”
희담의 떨리는 음성에 불안한 표정으로 사람 수를 헤아리던 지승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안 그래도 실버타운에서 출발한 사람과 실제 교회에 도착한 사람의 수가 달라 마른 침을 삼키고 있던 참이었다.
’여기도 없구나...‘ 희담의 무릎이 푹 꺾였다.
밤 9시 49분, 영덕군은 전 군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불이 번지지 않은 포항 방향 해안도로는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붐볐다. 그러나 교회를 빠져 나온 희담은 아내를 찾으러 영덕 곳곳을 헤매고 돌아다녔다.
여름만 되면 피서객으로 붐비던 바닷가 펜션 마을은 활활 타고 있었다. 불똥이 붙은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곳곳에서 나뒹굴며 폭발했다. 환하게 조명이 켜진 빈 가게들을 보니 스위치를 끌 새 조차 없이 긴박하게 대피한 듯 했다.
26일 새벽 1시, 희담이 헤매고 다닌 길에도, 실버타운 사람들이 몸을 피한 교회에도 끝내 미경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큰딸은 탈진한 희담을 보고는 눈물을 터뜨렸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010으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희담과 큰딸이 서로 쳐다봤다. 희담 입이 바싹 말랐다. ‘혹시 김미경씨 남편 되십니까’라며 비보를 전할 것 같아 차마 받지 못했다. 10여 초를 머뭇대다 겨우 수신 버튼을 눌렀다.
사건이 끝나도
4월 30일 경북 영덕의 한 도로. 한 달 전 실버타운에서 산불을 피해 달아나던 도중 도랑에 빠진 차량에 불이 옮겨 붙어 폭발한 흔적이 보인다. 영덕=이유진 기자
3월 26일 새벽 4시. 영덕경찰서 수사과장 서오윤(56)의 휴대폰이 부르르 떨렸다. 전날 저녁부터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경찰서 1층 사무실로 복귀한 참이었다. 오윤이 들어서자 얼굴에 땀과 검댕이를 덕지덕지 묻힌 채 당직실 곳곳에 늘어져 있던 형사 6명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매정리의 전소된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행인의 신고 접수’
오윤은 매정리로 향했다. 뻘건 불길과 검은 연기가 섞여 주황색으로 물들었던 하늘은 일출을 앞두고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 있었다. 까맣게 바짝 말라붙은 나무들을 휙휙 지나쳐 갔다. 사고 현장은 실버타운에서 50m쯤 떨어진 곳이었다. 뼈대만 남은 흰색 SM5 차량이 길 오른쪽 옆 배수로에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차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자 오윤은 한 발자국 물러섰다. 앞뒤 좌석에서 새까맣게 오그라든 형체가 보였다. 처음엔 시신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잠시 뒤 도착한 과학수사팀이 그나마 식별 가능한 시신 조각을 시신낭(보디백)에 담았다. 감식 결과 3명의 유전자정보(DNA)가 나왔다.
3월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도로에 김미경씨 등 실버타운 요양보호사 2명과 노인들이 탑승했던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전날 산불을 피해 대피하던 중 이 차량에 불이 붙어 폭발하면서 타고 있던 노인 3명이 숨졌다. 영덕=연합뉴스
매정리를 시작으로, 그날 새벽 변사 신고가 8건 더 들어왔다. 유가족과 참고인들로 영덕서 1층 형사팀 사무실은 북적댔다. 그중에서도 오윤의 눈에 밟힌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매정리 현장에 출동했던 날, 노인들이 사망한 차에 함께 탔다는 보호사였다.
수사보고서엔 미경이 새벽 1시 40분쯤 요양원에서 4km 떨어진 오보 방파제에서 구조됐다고 적혀 있었다. 불똥이 옷에 옮겨 붙을까 울며 손씨 할머니를 들고 걷던 두 보호사를 때마침 지나가던 낚시꾼이 발견해 봉고차에 태웠다고 한다. 길이 불에 다 막히는 바람에 그들은 물과 가장 가까운 방파제에 차를 세우고 그 아래서 5시간을 버텼다. 고립된 주민이 있을까 일대를 돌던 순찰차가 미경 일행을 발견해 태웠는데 모두 온몸에 재를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희담에게 걸려온 010 낯선 번호는 미경과 함께 구출된 후배 보호사의 휴대폰이었다.
당시 전화를 받고 미경을 데리러 갔던 희담은 아내와 손씨 할머니, 후배 보호사를 데리고 일단 교회로 갔다. 미경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차에서 내렸다. 신발도 신지 않은 두 발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미경의 머리카락은 쥐가 파먹은 듯 타버렸고, 얼굴은 재로 범벅이 됐다. 미경이 지승을 발견하자 뭔가를 기억해 낸 사람처럼 갑자기 온몸을 벌벌 떨었다.
“한 분밖에 못 구했어요…”
지승은 울먹이는 미경을 말없이 안아줬다.
미경은 퇴원하고 다음날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 차에 불이 붙고 폭발하던 순간을 설명할 땐 목소리가 갈라지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똑같은 걸 자꾸 물어봐요” 조사실까지 동석한 희담이 수사관에게 가느다랗게 항의했다. 희담은 계속 꺼져가는 아내의 모습에 울컥했다.
나는 살았다
김미경(오른쪽)씨와 남편 김희담씨가 지난해 겨울 경북 영덕의 집 앞에서 촬영한 사진. 이 집은 이제 타고 없다. 김희담씨 제공
미경과 희담 부부는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처럼 산불 이재민이 됐다. 영덕군은 청소년센터의 빈 기숙사를 숙소로 내줬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희담이 어두운 표정으로 미경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우리 집 싹 다 탔더라.”
“진짜?”
“...”
그게 끝이었다. 집이 전소됐다는 충격도 무심히 넘길 정도로 미경의 몸과 마음은 무너진 상태였다. 거센 불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미경의 눈 밑에서 의사들은 탄 나무조각만 10개 넘게 뽑아냈다. 원래 좋지 않았던 혈압은 더 높아졌고 척추 통증도 심해졌다. 실버타운도 그만두기로 했다.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 지승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5월 8일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는 경북 영덕의 한 청소년센터 기숙사 방 안에서 요양보호사 김미경(오른쪽)씨가 기자에게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를 보여주고 있다. 영덕=이유진 기자
이재민 숙소에서 미경과 같은 방을 쓰게 된 박정례(67)는 반복적으로 들리는 씩씩대는 소리에 잠이 깼다. 침대 구석에서 몸을 동그랗게 만 미경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놀란 정례가 뛰어가 등을 두드렸다. 퀭한 미경의 눈을 보며 정례가 혀를 찼다. “아유, 어떻게 하룻밤을 편하게 못 자...”
몇 주 뒤 “혼자만 살고, 이 못된 년”이라는 속삭임에 잠을 못 이루는 미경을 심리상담사가 위로했다. “그분들 돌아가신 건 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미경은 대피소 복도를 걷던 중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우리 이재민들 트라우마 치료해주려 서울에서 오셨다카대.”
이 상담사도 얼마 후면 집게손가락을 편 채 ‘Z’자 모양을 그리며 미경의 눈동자 움직임을 확인하곤 차트에 무언가를 적을 것이다. 저번 상담사는 그렇게 했다. “김미경님” 잠시 딴생각을 하던 미경의 의식을 뚫고 또 하나의 질문이 떨어졌다. “상담이 도움이 됐을까요?”
“아니오”라고 답하고 싶었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불이 포탄처럼 쏟아지던 악몽 같은 밤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상담사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먼 곳에서 힘들게 오셨잖아. 여까지 와서 걱정해주고, 내 하소연 다 들어주고.’
“네, 선생님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이어 “감사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눈가가 끓어오르는 듯 부글댔다. 알러지 반응이라도 생긴 듯 가슴이 갑갑해졌다. 이 역시 트라우마의 일종이란 걸, 사건 때 겪은 정서적 고통을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 몸의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걸 미경은 미처 몰랐다.
상담을 마친 미경이 방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경북 지역 이재민만 3,000명이라며(정확히 2,906명. 중앙안전대책본부 집계)... 불로 집 잃고 피해 본 사람 천지인데 유난 떨지 말자. 난... 그래도 살았잖아...’
미경은 차갑게 식은 손끝으로 열기가 오른 눈가를 꾹꾹 눌러댔다. 그런 미경을 희담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아내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면서.
5월 7일 경북 영덕에서 만난 김미경(오른쪽)씨와 남편 김희담씨가 산불에 타지않은 푸른 숲을 바라보고 있다. 영덕=이유진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영덕=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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